
문제 제기
오늘도 회의가 끝나자마자 메일 분류, 보고서 붙여넣기, 승인 올리고 알림 보내는 일로 하루가 녹아내리죠. 팀장은 “RPA나 AI 한번 써봅시다”라고 하지만, 막상 툴을 켜면 계정부터 막히고 권한 요청만 돌고 돕는 사람은 바쁘고… 결국 퇴근은 늦어집니다. 의외로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어디부터 자동화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이에요. 그래서 요즘 더 중요한 건 새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바꿔도 흔들리지 않는 ‘자동화 사고법’입니다.
자동화 사고법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일을 “무엇이 들어오고(입력), 어떻게 처리하고(규칙/판단), 무엇을 내보내며(출력), 뭐가 틀어질 수 있는지(예외)”로 쪼개 보는 습관이에요. 사실은 이 관점만 잡히면 어떤 툴이 와도 길이 보입니다. 반대로 이 관점이 없으면 최신 툴도 ‘또 다른 귀찮음’이 되죠. 바쁜 와중에 허리를 펴고 한 번 흐름을 바라보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
원인 분석
왜 도구보다 사고가 먼저일까요? 첫째, 도구는 매달 바뀌지만 업무의 본질은 잘 안 바뀝니다. 견적 요청이 오고, 기준으로 금액을 정하고, 기록을 남기고, 예외는 사람이 본다—이 뼈대는 그대로죠. 둘째, 우리 일에는 ‘보이지 않는 작업’이 많아요. 확인 메일 한 통, 파일명 맞추기, 누락 체크 같은 자잘한 연결 동작들. 이게 흐름에 못 박혀 있어야 자동화가 붙는데, 흐름이 불명확하면 툴이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툴 도입 교육은 받았는데 내 일엔 어떻게 쓰지?”라는 허탈감이 남죠.
셋째, 규칙과 판단이 섞여 있으면 자동화가 막힙니다. “가격은 5% 인상” 같은 규칙과 “고객 중요도는 A/B/C로 나눈다” 같은 판단이 한 화면에 섞여 있으면, 어떤 도구도 멈칫해요. 결국 사람의 지혜가 필요한 지점과 기계가 반복할 지점을 갈라야, 둘이 공존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5분만 투자해 흐름을 정리하면 하루가 가벼워지는데, 그 15분을 못 내서 하루가 무거워져요. 이 피곤의 악순환, 누구나 겪어봤을 겁니다.
실행 전략
- 하루 15분 ‘반복 탐지’ 시간을 달력에 고정해보세요. 왜: 자동화는 반복에서 시작하지만, 반복을 기록하지 않으면 잊힙니다. 어떻게: 같은 일을 세 번째 할 때 메모 앱에 ‘반복 리스트’를 만들고 횟수를 표시하세요. 기대 효과: 후보가 선명해지고, “뭘 자동화하지?”에서 “이걸 먼저”로 바뀝니다.
- 업무를 입력-처리-출력-예외로 쪼개보세요. 왜: 도구와 무관한 구조가 잡혀야 연결이 됩니다. 어떻게: 예를 들어 ‘견적 회신’이면 입력(메일/양식), 처리(가격 규칙), 출력(회신/기록), 예외(첨부 누락)로 한 줄씩 적습니다. 기대 효과: 어떤 툴이 와도 연결 포인트가 보이고, 팀 설명도 쉬워집니다.
- 규칙과 판단을 분리하는 기준서를 만드세요. 왜: 규칙은 자동화, 판단은 사람 개입이 정석입니다. 어떻게: “만약 A면 B”는 규칙 표로, “우선순위는 담당자 판단”은 체크리스트로 나눠 문서화합니다. 기대 효과: 부분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사람-도구 사이 ‘공 넘기기’가 매끄러워집니다.
- 작게 자동화하고 크게 확인하세요. 왜: 처음부터 전부 바꾸려다 멈춥니다. 어떻게: 30분 투자해 메일 제목 규칙화, 파일 자동 이동, 템플릿 응답 같은 ‘미니 자동화’를 만들고, 일주일 동안 오류·시간 절약을 기록하세요. 기대 효과: 빠른 성과로 팀 신뢰가 생기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 ‘다음 사람’ 관점으로 마감선을 설계하세요. 왜: 개인 최적화는 편한데, 팀 흐름은 막힐 수 있습니다. 어떻게: 파일명 규칙, 폴더 구조, 태그, 알림 수신자를 합의하고 자동화의 출력이 이 규칙을 따르도록 설정합니다. 기대 효과: 내가 편한 동시에, 다음 사람이 바로 이어 받을 수 있어 체감 효율이 커집니다.
마무리와 통찰
자동화 사고법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주의력을 아끼는 태도’입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 이미 작은 자동화를 하고 있어요. 템플릿 문장, 체크리스트, 규칙적인 파일명… 거기에 입력-처리-출력-예외라는 프레임을 얹으면, 도구는 그 빈칸을 채우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의외로 시작은 소소합니다. 오늘 15분, 반복 리스트를 만들고 한 가지를 쪼개보세요. 도구는 그다음에 골라도 늦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바쁜 하루에도 생각의 여유를 되찾아 “일이 나를 끌고 가는” 상태에서 “내가 일을 설계하는” 상태로 옮겨가는 것. 그 작은 전환이 피곤한 하루를 조금씩 가볍게 만들어줄 겁니다. 당신의 시간을 지켜줄 기술은 많고, 그 기술을 제대로 부르는 힘은 바로 당신의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