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달력 열면 색깔만 다른 사각형이 꽉 찼죠. 오전엔 킥오프, 점심 뒤엔 정기 점검, 오후엔 보고 시뮬레이션.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은 밤에 몰아서 한다는 그 익숙한 패턴, 괜히 나만 느슨한 사람 된 것 같아 찜찜하기도 했을 거예요. 회의는 팀워크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이건 메일 한 통이면 끝날 텐데” 싶은 순간도 참 많죠. 그래서 오늘은 불필요한 회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정리했어요. ‘회의 반 줄이기’는 무성의가 아니라, 에너지를 중요한 데에 쓰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 그 마음부터 함께해볼게요.
원인 분석
회의가 불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가 안전해 보이고, 많은 사람을 불러야 예의 바른 것 같고, 기록이 약하니 확인을 위해 또 모여야 하죠. 온라인 협업이 늘면서 “대면=진행”이라는 습관도 남아 있어요. 리포트 공유, 진행상황 점검처럼 비동기로도 충분한 주제에,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모호하다 보니 모두를 초대해 책임을 분산시키는 일도 잦고요. 바쁜 중간관리자일수록 ‘안 하면 불안’해서 회의를 추가하는데, 그 불안과 피로가 연결돼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못 끊죠. 우리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만든 과잉일 뿐,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점이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실행 전략
- 회의 필터와 취소 규칙: 왜: 회의의 절반은 정보 공유나 확인용이에요. 어떻게: 일정 만들기 전 “실시간 대화가 꼭 필요한가?”를 묻고, 필요 조건을 세 가지로 제한하세요(의사결정, 아이디어 도출, 민감·복잡 이슈). 아젠다·결정자·마감일이 없으면 자동 취소. 효과: 이 기준만으로도 20~30%는 사라져요. 예를 들어 월간 리포트 공유는 프리리드 문서로 돌리고 질문만 모아 20분 콜로 끝낼 수 있어요. 억울하지 않도록 “아젠다 없는 회의는 팀 규칙상 취소”라는 명분을 함께 쓰면 마음도 가벼워져요.
- 6문장 프리리드 + 24시간 댓글: 왜: 맥락 이해가 되면 회의가 짧아져요. 어떻게: 회의 제안자는 6문장 브리프를 올려요(문제, 배경, 대안, 추천, 리스크, 필요한 결정). 협업툴에 공유하고 24시간 비동기 댓글을 받고, 여전히 열려 있는 쟁점만 짧게 모여 정리하세요. 효과: 60분짜리 보고 회의가 20분 내로 줄고, 참석자도 절반으로 줄어요. 마케팅팀이 이렇게 바꾸니 “설명 반복”이 사라져 모두가 덜 지치더라고요. 바쁜 동료에게는 “핵심은 3문장 요약 위에 있어요”라고 배려 문구를 덧붙이면 저항도 줄어요.
- 참석자 이유표와 ‘옵션 참석’: 왜: 불러놓고 듣기만 하는 인원이 많아요. 어떻게: 초대장에 사람별 역할을 적어요(결정, 실행, 참고). 역할이 없으면 ‘옵션 참석’으로 돌리고, 회의 후 5분 요약과 녹화 링크를 보내겠다고 명확히 약속하세요. 거절할 때 쓸 문구도 팀에 공유하세요(“제 역할이 참고라면 비동기로 확인하고 요약으로 대체할게요”). 효과: 평균 참석자가 30~50% 줄고 발언 밀도는 올라가요. 상사의 면피 걱정엔 “결정권자는 참석, 나머지는 요약으로 보고”라는 구조가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줘요.
- 타임박싱과 일정 다이어트: 왜: 기본 60분이 습관적이에요. 어떻게: 캘린더 기본 시간을 25/50분으로 바꾸고, 안건 1개=슬롯 1개 원칙을 세우세요. 매주 금요일 15분 ‘회의 다이어트’ 시간에 반복 회의 목록을 훑어 유효성 체크(중간 목적 달성? 대안 가능?). 팀 단위로 오전 9:30~11:30 ‘회의 금지 블록’을 걸어 깊은 일 시간을 지키세요. 효과: 빈칸이 생기면 급한 일도 낮에 처리돼 야근이 줄어요. 개발팀은 데일리 스탠드업을 양식 제출(어제/오늘/막힘)로 바꾸고, 막힘만 주 2회 20분 싱크로 모아 체감 시간이 반 토막 났어요.
- 결정 로그와 녹화 공유: 왜: 기록이 없으면 같은 설명이 반복돼요. 어떻게: 회의 끝에 딱 세 줄만 남기세요(무엇을 결정, 누가 담당, 언제까지). 공용 폴더에 ‘결정 로그’로 쌓고, 가능하면 화면 녹화 링크를 함께 남겨요. 효과: 새로 합류한 동료도 5분 안에 맥락을 따라잡아 추가 회의를 막아요. 영업팀은 가격 정책 변경 회의 후 로그·녹화를 공유하니 각 지점의 “다시 설명해 달라” 요청이 크게 줄었어요. 기록은 나를 위한 기억 보정이기도 해서, 불필요한 재논의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요.
마무리와 통찰
회의를 줄인다고 관계가 약해지진 않아요. 오히려 꼭 만나야 할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서로의 시간을 존중받는 느낌이 커지죠. 물론 처음엔 “너무 냉정한가?” 하는 불편이 올라올 수 있어요. 그때는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빠르게 만들려고 방식만 바꿔본다”는 메시지를 함께 던져보세요. 2주만 팀 규칙으로 실험해도 체감이 옵니다. 달력이 숨을 쉬면 마음도 숨이 쉬어요. 오늘 받은 초대장 하나에서 시작해보세요. 아젠다를 묻고, 브리프를 제안하고, 역할이 없으면 요약으로 대체하겠다고 부드럽게 말해보는 거죠. 회의를 반으로 줄이면, 일은 줄지 않아도 피로는 줄어요. 그리고 그 여유가 당신의 실력과 삶의 균형을 조금씩 되돌려줄 겁니다. 우리, 바쁘게가 아니라 잘하게로 방향을 틀어보자고요.